대출 없는 전세, 그래도 계산이 필요한 이유
한지원(가명·42) 씨는 살던 집을 팔아 현금 5억원이 있습니다. 후보는 두 가지. 대출 없이 들어가는 전세 5억, 아니면 보증금 1억에 월세 150만원을 내고 남는 4억을 굴리는 것. “월세는 버리는 돈”이라는 말과 “5억을 집에 묶어두는 게 진짜 버리는 것”이라는 말 사이에서, 5년 총비용으로 계산했습니다. 관리비는 양쪽 모두 월 15만원으로 같습니다.
수익률별 5년 총비용
| 내 돈의 수익률 | 전세 5년 총비용 | 월세 5년 총비용 | 결과 |
|---|---|---|---|
| 2.0% (파킹 수준) | 59,000,000 | 109,000,000 | 전세 5,000만원 유리 |
| 3.5% (예금 수준) | 96,500,000 | 116,500,000 | 전세 2,000만원 유리 |
| 4.5% | 121,500,000 | 121,500,000 | 완전 동률 |
| 7.0% (투자 기대) | 184,000,000 | 134,000,000 | 월세 5,000만원 유리 |
전세의 비용은 눈에 안 보이는 기회비용이 전부입니다. 5억을 연 3.5%로 굴릴 수 있었다면 5년간 8,750만원을 포기한 셈이죠. 월세의 비용은 눈에 보이는 월세 9,000만원(150만×60개월)과 보증금 1억의 기회비용입니다. 수익률이 낮으면 전세의 숨은 비용이 작아 전세가 이기고, 높으면 월세를 내고도 4억이 벌어오는 돈이 더 커집니다.
분기점 4.5% — 전월세전환율의 정체
표에서 4.5%일 때 두 총비용은 1원까지 같습니다. 우연이 아닙니다. 월세 연 1,800만원 ÷ 보증금 차액 4억 = 4.5% — 이 계약의 전월세전환율입니다. 집주인은 보증금 4억을 연 4.5%로 환산해 월세를 매기고 있고, 따라서 내 수익률이 4.5%를 넘으면 월세, 못 넘으면 전세가 이깁니다. 전세냐 월세냐는 결국 “집주인이 부른 환산 이율 vs 내 돈의 수익률”의 대결입니다.
그 7%, 확실합니까
여기서 함정은 비교의 비대칭입니다. 전세 쪽의 3.5%는 예금으로 사실상 확정되는 수익률이지만, 월세 쪽의 7%는 기대일 뿐입니다. 4억을 굴리다 한 해 -15%를 맞으면 6,000만원이 사라지고, 표의 격차는 순식간에 뒤집힙니다. 분기점 4.5%를 ‘넘을 수 있느냐’가 아니라 ‘넘지 못하는 해를 견딜 수 있느냐’가 실전의 질문입니다.
숫자에 없는 것들
전세보증금 5억의 미반환 위험이 가장 큰 생략입니다 — 월세를 고르면 노출 금액이 1억으로 줄어드는 것 자체가 값어치이고, 전세로 간다면 반환보증 보증료가 붙습니다. 투자 수익에는 이자·배당소득세(15.4%) 등 세금이 붙어 실효 수익률은 표보다 낮아지고, 월세 세액공제나 전세권 설정 비용 같은 항목도 반영하지 않았습니다. 그리고 5년 뒤 보증금과 월세 시세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는 어떤 계산기에도 없습니다.
아래 버튼을 누르면 지원 씨의 조건이 분기점 수익률(4.5%)에 맞춰진 계산기가 열립니다. 수익률 슬라이더를 내 기대치로 움직여 보면 어느 지점에서 승부가 뒤집히는지 바로 보입니다.